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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이웃과 어울리기 – 가족이 함께 만든 작은 커뮤니티

hyeonhyeon01 2025. 4. 16. 13:00

 

미국에서 이웃과 어울리기 – 가족이 함께 만든 작은 커뮤니티 
이민 생활에서 ‘이웃’이라는 존재는 생각보다 더 크게 다가왔다. 처음엔 낯설고 말도 잘 통하지 않던 사람들이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어느새 우리 가족의 일상을 따뜻하게 채워주는 존재가 되었다. 미국식 이웃 문화 속에서 우리 가족은 새로운 방식으로 사람들과 어울리는 법을 배워갔다.

 

미국에서 이웃과 어울리기 – 가족이 함께 만든 작은 커뮤니티
미국에서 이웃과 어울리기 – 가족이 함께 만든 작은 커뮤니티

 

1. 인사로 시작되는 관계 

미국에 처음 도착했을 땐, 나도 가족도 많이 조심스러웠다. 현관 앞에 낯선 이웃이 지나가기만 해도 어정쩡한 눈인사만 겨우 할 수 있었고, 아이는 아이 나름대로 친구를 사귀기 어려워했다. 하지만 이곳에서 살다 보면 하나의 룰 같은 게 있다는 걸 알게 됐다. 바로, 인사는 기본이라는 것. 산책 중 만나는 사람이든,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친 이웃이든 “Hi, how are you?”라는 가벼운 인사가 시작이었다. 처음엔 형식적인 말 같았지만, 조금씩 대화가 이어지면 날씨, 동네 행사, 아이들 이야기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특히 아이를 키우는 가정끼리는 연결고리가 빠르게 생겼다. 놀이터에서 아이들이 놀다 보면 부모끼리도 “너희 집은 어느 학교 다녀?” “다음 주말 파티 가니?” 이렇게 스몰토크가 자연스럽게 오가고, 그렇게 시작된 인연이 아이 생일파티 초대, 학부모 모임, 할로윈 공동 준비 같은 형태로 이어졌다.

 

2. 가족이 함께 만드는 동네 분위기 

 

이웃과의 관계는 한국에서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단번에 가까워지지 않았다. 하지만 소소한 정기적 이벤트나 커뮤니티 행사들이 가족을 중심으로 자연스럽게 연결을 만들어줬다. 가장 기억에 남는 건 할로윈 데이 공동 장식하기였다. 같은 블록에 사는 몇 가족이 모여 마당에 호박 장식이나 해골 인형을 함께 설치했고, 아이들은 그걸 보며 설레 했다. 어느 순간 우리 집도 빠질 수 없어 함께 꾸미게 되었고, 나중엔 공동 바비큐 파티까지 이어졌다. 그리고 동네에는 매주나 매달 커뮤니티 이벤트가 열렸다. 도서관에서 여는 중고 책 나눔 행사, 주민센터의 가족 영화 밤(Family Movie Night), 공원의 여름 음악회 같은 곳에 가보면 아이들은 친구들과 뛰놀고, 어른들은 서로 인사하며 간단한 스낵을 나눴다. 미국에서는 이렇게 이웃과 얽힌 일상이 ‘행사’로 구조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아서, 개인주의 사회라고 알려진 것과는 달리 오히려 적절한 거리에서 따뜻하게 연결되는 문화를 느낄 수 있었다.

 

3. 우리가 만드는 작은 커뮤니티 

 

이웃과 가까워질수록,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함께 어울리는 게 미국식 삶의 진짜 매력이란 걸 실감하게 됐다. 옆집은 멕시코계, 앞집은 중국계, 건너편은 미국 본토 출신 가족… 처음엔 언어도, 식문화도, 교육 방식도 달라 어색했지만, 그 다름이 자연스럽게 이야기와 배려의 시작점이 됐다. 예를 들어 추수감사절엔 각자 가족 음식을 조금씩 나눠 먹는 potluck 모임이 있었고, 누군가는 타말레를, 누군가는 잡채를, 누군가는 파이를 가져왔다. 식탁 위에 올라온 다양한 음식만큼이나 서로의 이야기도 오갔고, 아이들은 국적 상관없이 같은 게임에 빠져 웃고 떠들었다. 또한, 때때로 이웃이 도움이 필요할 때 자연스럽게 돕고 도와주는 문화도 있었다.이사 오는 날엔 누가 먼저 말하지 않아도 다가와 짐을 들어주고, 눈 오는 날엔 옆집 눈까지 함께 치워주고,아이 돌보는 일이 생기면 서로 몇 시간씩 맡아주기도 했다. 그렇게 우리 가족도 조금씩 ‘이방인’에서 ‘동네 사람’이 되어갔다.이민 생활에서 가족만 바라보며 살았다면 아마 조금 더 외롭고 닫힌 시간이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웃과의 소소한 연결이 생기고, 아이가 친구들과 어울리며 웃게 되고, 우리도 누군가의 도움이 되어줄 수 있을 때 비로소 이곳이 우리의 동네, 우리의 삶의 일부가 되었다는 걸 실감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