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운전시 주의사항 – 한국 운전자라면 공감할 진짜 상황들
미국 생활에서 운전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에 가깝다. 대중교통이 잘 갖춰진 도시는 일부에 불과하고, 대부분은 차 없이는 어디 나가기도 어렵다. 그래서 많은 한국인들이 미국에 오자마자 가장 먼저 도전하는 것 중 하나가 운전이다. 하지만 한국에서 운전을 아무리 오래 했다고 해도, 미국의 도로 문화는 전혀 다르게 느껴질 수 있다. 교통 규칙부터 분위기, 심지어 도로 표지판 하나하나까지도 익숙하지 않아 초반엔 당황할 일이 많다. 오늘은 필자가 미국에서 실제 운전하며 겪었던 ‘진짜 당황스러웠던 순간들’을 공유해보려 한다. 미국에 처음 정착했거나, 여행 중 렌트를 고민 중이라면 이 글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1. 4-Way 스탑? 누구 먼저 가야 하죠?
미국 도로에서 가장 흔히 볼 수 있는 신호 체계 중 하나가 ‘4-Way Stop’이다. 사거리 교차로에 신호등이 없고, 대신 모든 방향에서 정지신호(Stop Sign)가 붙어 있다. 여기서의 규칙은 간단하면서도 헷갈린다. 먼저 도착한 차부터 먼저 지나간다. 하지만 동시에 두 대 이상이 도착하면? 그럴 땐 ‘오른쪽 차량 우선’이라는 규칙이 적용된다.
이 규칙을 처음 접했을 땐 너무 헷갈렸다. 누가 먼저 왔는지 몰라 서로 눈치만 보거나, 상대방이 나를 먼저 보내주길 기다리다가 교차로가 정체되는 일도 있었다. 반대로 너무 빨리 가려고 하면 무례하게 보일 수도 있다. 그래서 결국, 웃으며 손을 흔들며 “너 먼저 가~” 신호를 보내는 게 이 상황의 정답이라는 걸 나중에야 알게 됐다.
2. 스쿨버스가 멈추면, 모두 정지!
미국에서 가장 중요한 교통 규칙 중 하나는 스쿨버스 관련 법규다. 노란색 스쿨버스가 멈추고 빨간 불을 깜빡이기 시작하면, 양방향 모두 차량은 완전히 정지해야 한다. 중앙선이 있든 없든 상관없다. 아이들이 길을 건널 수 있기 때문에 절대적으로 우선권이 주어진다.
이 규칙을 처음 알게 됐을 땐 너무 놀라웠다. 심지어 반대편 차선에 있는 차들도 멈춰야 한다니! 한국에서는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실제로 한 번은 앞에 가던 차가 갑자기 멈추고, 나는 이유도 모르고 멈춰 있다가 스쿨버스에서 아이들이 뛰어내리는 걸 보고 아찔했던 기억이 있다. 만약 이 규칙을 어기면 벌금은 수백 달러에 달하고, 경우에 따라 면허 정지까지 될 수 있다.
3. 신호 없는 교차로에서의 우회전
미국에서는 신호가 없어도 우회전은 대부분 허용된다. 예를 들어 적색 신호일 때도, 차량이 없고 보행자가 없다면 정지 후 우회전이 가능하다. 이건 정말 미국식 유연함이 느껴지는 문화지만, 한국 운전자 입장에서는 처음에 너무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다. 특히 ‘나 지금 빨간불인데 가도 돼?’ 하는 불안감 때문에 머뭇거리다가 뒤차에게 경적을 울림받은 경험이 많다. 물론 모든 교차로가 그런 건 아니고, 간혹 “No Turn on Red” 라는 표지판이 있을 땐 예외다. 이런 디테일까지 익숙해지는 데 시간이 좀 걸렸다.
4.고속도로 진입은 전쟁이다
미국 고속도로(Freeway)는 진입하는 것도 하나의 기술이다. 진입 램프 구간이 생각보다 짧고, 이미 달리고 있는 차들의 속도도 상당하다. "Yield" 사인이 있는 경우엔, 고속도로의 차량이 절대 우선이다. 즉, 내가 끼어들 틈을 만들어야 한다. 처음엔 이게 너무 어렵게 느껴졌다. 한국에서는 어느 정도 서로 양보해주는 문화가 있다면, 미국은 정말 ‘내가 알아서 들어가야 하는’ 구조다. 간혹 아무도 안 비켜주고 줄곧 달리기만 하는 차들 사이에서 한참을 진입 못 하고 버벅댄 적도 있다. 그래서 점점 감을 익히고 나중에는 속도를 높여 미리 공간을 확보하는 방법을 익히게 됐다.
5. 헤드라이트? 낮에도 켜야 할 때가 있다
또 하나 당황스러웠던 건, 미국의 일부 주에서는 낮에도 헤드라이트를 켜야 하는 경우가 있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비가 올 때, 안개가 낄 때, 혹은 특정 고속도로 구간에서는 낮이든 밤이든 무조건 라이트를 켜야 한다. 처음에는 그걸 모르고 그냥 운전하다가, 다른 차들이 라이트를 다 켜고 있어서 ‘내 차 이상한가?’ 하고 당황한 적이 있다. 나중에야 도로 표지판에 “Headlights ON when wipers ON”이라는 문구를 보고 이해하게 됐다. 한국에서는 거의 자동으로 켜지는 시스템이 많기 때문에, 미국의 이런 수동적인 방식이 낯설었다. 미국에서 운전은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서, 현지 문화를 배우고 익히는 중요한 과정 중 하나다. 처음엔 당황스럽고 때론 겁도 나지만, 익숙해지면 오히려 한국보다 여유롭고 매너 있는 도로 환경에 만족하게 되는 순간도 많다. 무엇보다 중요한 건, 미국은 주(state)마다 규칙이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운전하기 전에 해당 주의 교통 규칙을 미리 확인하는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안전 운전! 처음엔 낯설어도, 천천히 경험을 쌓아가며 미국 도로에 익숙해지길 바란다. 필자 역시 그렇게 조금씩 자신감을 얻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