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은 하루의 끝이지만 숙면을 위한 루틴은 하루 전체를 돌아보게 만든다. 잠을 잘 자기 위해 더 건강하게 움직이고, 더 나은 감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숙면 루틴은 단순한 수면 습관을 넘어, 삶의 리듬을 바로잡는 근본적인 회복이었다.
피곤한데 잠은 안 오는 이유
나는 늘 피곤했다. 낮엔 졸리고 밤엔 잠이 안 왔다. 누우면 온갖 생각이 밀려오고 뒤척이다가 결국 새벽까지 잠들지 못한 날도 있었다. 심지어 잠든 뒤에도 자주 깨거나 자고 일어나도 개운하지 않았다. 커피를 줄이고 낮잠을 피해도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다. 어느 날 “잠을 못 자는 게 습관일 수도 있다”는 말을 듣고 조금 충격을 받았다. 그냥 나와 안 맞는 수면 패턴이 아니라 내가 잘못된 방식으로 잠을 대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숙면은 단순히 오래 자는 게 아니라, 깊게 자는 것이다. 그리고 그 깊은 잠을 위해선 루틴이 필요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밤에 잠드는 사이의 활동들이 결국 수면의 질을 좌우했다. 나는 하루 중 ‘잠을 준비하는 시간’을 의식적으로 만들기로 했다. 몸과 마음이 잠들 준비를 할 수 있도록 일정한 흐름과 신호를 만들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느꼈다. 그렇게 숙면을 위한 루틴 만들기가 시작되었다. 단순히 늦게 자지 않는다는 다짐만으론 부족했다. 잠에 들어가는 단계부터 관리하는 생활습관이 필요했다. 건강한 수면은 운이 아니라 관리의 결과라는 걸 알아차리게 되었다.
숙면을 부르는 하루 루틴
숙면 루틴의 첫 단계는 기상 시간 고정이었다. 의외일 수 있지만 ‘언제 일어나는가’가 ‘언제 잠드는가’보다 더 중요했다. 나는 매일 아침 7시에 일어나기로 정하고 주말에도 예외 없이 같은 시간에 알람을 맞췄다. 처음엔 힘들었지만 1~2주 지나자 생체 리듬이 맞춰졌다. 몸이 자연스럽게 그 시간에 눈을 떴다. 낮 동안엔 햇빛을 많이 받으려 했다. 아침 산책을 20분 정도 하고 오후에도 가능하면 바깥에 나가 햇빛을 쬐었다. 햇빛은 생체 시계를 리셋시켜 주는 역할을 한다고 해서 실내에만 머물던 생활을 조금 바꿨다. 또 운동은 아침이나 오후에 하고 저녁엔 무리하지 않도록 조절했다. 격한 운동은 오히려 각성 상태를 높이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했던 건 저녁 루틴이었다. 나는 매일 밤 10시 30분에 잠자기 전 루틴을 시작했다. 먼저 따뜻한 물로 샤워를 하고 조명을 어둡게 조절했다. 이어폰을 끼고 자연 소리나 저강도 클래식을 틀었다. 핸드폰은 침대에 가져가지 않고 침대 옆 협탁에 올려두었다. 가장 큰 변화는 취침 1시간 전부터 전자기기를 끈 것이었다. 파란 빛을 줄이니 눈이 덜 피로했고 뇌가 점점 이완되었다. 그리고 감정 정리를 위해 짧게 일기를 썼다. 하루 중 좋았던 일, 스트레스 받았던 일, 감사한 일을 간단히 적었다. 생각을 꺼내 종이에 쓰고 나니 머릿속을 비우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이런 과정을 통해 나는 ‘이제 자야 할 시간’이라는 신호를 몸에 주고 있었다. 루틴이 반복되자 어느 순간부터는 눈을 감으면 금세 잠에 들었다.
깊은 잠이 삶을 바꾼다
숙면 루틴을 실천한 지 한 달이 지났을 무렵 나는 확실한 변화를 느꼈다. 첫 번째는 에너지 레벨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이전엔 커피 없이는 아침이 안 열렸고 점심 먹고 나면 졸음과 싸워야 했다. 그런데 숙면을 취하자 아침이 개운했고 오후까지 집중력이 유지되었다. 커피를 줄여도 괜찮았다. 두번째 변화는 기분의 안정감이었다. 수면 부족은 쉽게 짜증을 유발했는데, 충분히 자고 나니 작은 일에도 덜 예민해졌다. 감정이 크게 요동치지 않고 평온한 상태가 유지되는 날이 많아졌다. 특히 우울하거나 무기력하던 날들이 줄어들었다는 점에서 수면의 힘을 실감했다. 세 번째는 면역력과 건강이었다. 예전엔 감기를 달고 살았고 알레르기 증상도 자주 나타났는데, 수면이 안정되자 이런 증상이 확연히 줄었다. 피부 상태도 좋아졌고 배가 더 편안해졌다. 수면은 정말 말 그대로 ‘보약’이었다. 무엇보다 큰 수확은 내가 나를 돌보는 루틴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